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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2008/03/15 12:43

 블로그에 항상 재미없는 소리만 쓰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다. 실제의 나는 "진지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블로그에 포스팅할 때는 좀 독한 소리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복학하고 겪었던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하나 올려볼까 한다. 하루에 100명정도 들러주시는 것 같은데(아마 실수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지만서도...) 나의 멍청한 행각(?)이나 한번 듣고 가시라.

 자취생이자 복학생이자 고학생이자 최고학번(01)이자 솔로인 나(이렇게 써놓고 보니 최악이군.)는 호주까지 1년 갔다온터라 학교에 적응하기가 좀 힘들다. 등록금 올려서 짓고 있는 새 건물들, 많이 달라진 학사행정, 도대체 90년대에도 애들이 태어났구나, 함을 느낄 수 있게하는 새내기들이 날 꽤나 힘들게 한다. 밖에선 팔팔한 청춘임에도 대학 안에서 노인 취급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지난 금요일.

 첫 수업이고 하니 학교를 조금 늦게 갔다. (우리 학교는 3월 2일에 개강한다.) 10시 수업이었는데 11시 쯤에 도착하게 되었다. 대형강의동(내가 다니는 사범대는 12동, 인문대는 8동이다.)에 수업이 있는 것은 아는데 강의실이 확실히 생각나지 않았다. 뭔가 영화를 보면서 함께 종교에 대해 생각하는 그런 수업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서 버스에 앉아 과사에 있는 후배에게 문자로 물어보았다.

 "야, <종교와 예술> 강의실이 어디냐? 이동진 교수라는데..."

 후배의 답은 조금 이상했다.

 "<종교와 예술>은 12동 006호에 있는데 강사가 다른데요?"

 "아. 내가 착각했나보네. OK"

 수업에 늦게 도착해 12동 006호에 들어갔다. 정말 착하게 생긴 비썩마른(?) 아저씨가 강의를 하고 있었다. 프로젝터에는 아래아한글로 만든 문서가 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그냥 읽고(!) 있었다. 재미없는 수업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차피 졸업학기니 학점만 따자, 는 심정으로 일단 앉아서 들었다.

 첫날인데도 수업을 다 했다. 요즘 학교가 빡세긴 빡세다더니... 하면서 수업이 끝나고 교수에게 가서 올해 교생실습에 나가게 되어 5월 한달을 빠져야 되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교수는 어차피 중간고사가 없는 수업이니 알아서 공부해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단다. 좋은 사람이네, 레포트 써오라고도 안 시키고 말이지, 난 만족하고 수업에서 나왔다.

 이종원과 밥을 먹고 1시 수업에 또 들어갔다. (금요일은 10시부터 4시까지 6시간 연강이다.) 교육학과 학과장이 이 수업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분 말씀이,

 "이거, 비사범계 수업인거 알고 있지?"

 비 사범계? 수강편람엔 그런 말 없었는데... 제길...

 난 옆에 앉은 ROTC생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기... 이거 사범대 학생이 들으면 안되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망할 자식, 학교가 군대냐!)

 가방을 주섬주섬싸고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수강신청변경 마지막 날이라 급했다. 일단 1시 수업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나는 이종원이 듣는 수업으로 가볼까 해서 전화를 했더니 거긴 아예 폐강이 되어버렸단다. 나는 과사로 뛰어올라가서 학교 정보화 포탈 사이트로 들어가 수강신청을 변경하기 위해 시간표를 열었다.

 어?

 -_-;

 시간표에는 금요일 10시 수업이 8동 102호에 있는 <종교와 문화>라고 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난 다른 수업에 들어가서 쇼를 하고 있었던 거다. -_-; 1시 수업을 찾는 것보다 이것 때문에 잠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잽싸게 1시 수업을 검색했다. 금요일 1시 3학점짜리 수업이 많지 않았다. 오호, <문화와 철학>! 괜찮네. 난 그걸로 1시 수업을 잽싸게 바꿔넣고 강의실로 뛰었다. 뒷문을 열고 살짝 들어갔더니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싸, 하면서 자리에 앉아 칠판을 봤더니,

 데카르트 원전 읽기...

 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이번 학기에 데카르트를 읽는다. -_-

이번 금요일.

 여유있게 집에서 출발했는데 학교로 들어가는 마을버스 줄에 걸렸다. 사범대 뒷편에서 마을버스에서 내려 강의실로 뛰었다. <종교와 문화>, 이동진교수, 절대 12동 006호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12동 106호 앉아서 <종교와 예술> 수업을 들었다.

 쿨럭...

 자취생겸 복학생겸 고학생겸 최고학번겸 솔로가 학교 다니기는... 쉽지 않다.

*p.s) 결국 2주만에 찾아낸 8동 102호<종교와 문화>를 강의하는 강사의 이름은 이동진이다. 낯익은 이름이지 않은가? 그렇다. 그 이동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름: 이동진 / 출생 : 1967년
출신지 : 강원도 정선 / 직업 : 기자 / 학력 : 서울대학교
경력 : 2007년 이동진 닷컴 운영
1996년 조선일보 문화부 영화담당 기자
대표작 : 오태진 이동진의 시네마기행, 시네마 레터(이동진의),
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필름 속을 걷다 
(출처: Daum 검색, 검색어 "이동진")

 개인적으로 좃선일보를 길가에서 주운 사채광고보다도 더 싫어하지만, 수업은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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