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한다. 워낙 옛날 말이라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제대할 날이 눈앞에 왔을 때 실감이 났다. 그렇다. 국방부 시계는 아무렇게나 던져놔도 어떻게든 돌아간다. 그러나 결코 '거꾸로' 가지는 않는다. 다시 이등병이 되는 병장은 없다. 병장 다음에는 '사제인'인 것이다.
개인적인 부분이 아니라 군대라는 곳 전체를 생각해보아도 국방부 시계는 느리긴 하지만 바로 간다. 보편적 잣대에는 모자라는 부분이 끝도 없지만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점차 나아지고'는' 있다. 1979년 다음에는 1980년, 2001년 다음에는 2002년, 2007년 다음에는 2008년인 것이다.
그러나 2007년 다음에 1999년으로 가는 시계(달력이라 불러야 할지, 시계라 불러야 할지 감이 안 잡히지만 '시간'이라는 개념을 대표하는 것은 역시 '시계'니 그렇게 부르도록 하자.)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 시계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802552 참조)
기사도 읽고, 다른 분들의 의견들도 읽다보니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9년의 어느 날이 생각났다.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특별한 일도 없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계속 되었던 지극히 평범한 날 중의 하나였다. 항상 그랬기에 잊고 있었던 날이 다시 떠올랐다.
아침 5시 30분, 어머니께서 부르시는 소리에 일어난다. 나와보면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준비와 도시락 싸기를 마치신 어머니께서 밥상 앞에 앉아 기다리고 계신다. 아버지와 중학생이었던 동생은 기상전이다. 새벽에 일어나 먹는 밥이 제대로 들어갈 리 없다. 먹는둥 마는둥 대충 입에 퍼넣고, 세면을 한 후 6시까지 학교 갈 준비를 해서 나선다.
학교까지는 버스로 1시간.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를 만나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간다. 점심, 저녁 도시락은 가방에 들어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급식이 시작되긴 했으나 아직까진 도시락이었다.) 버스에는 나 말고도 3~4개 학교 학생들이 타고 있다. 모두 조는 둥 마는 둥 선 채로 버스 손잡이에 매달려 가고 있다. 할 이야기도 없다. 기껏해야 어제 야자시간에 누가 맞았다는 정도?
6시 50분에 학교에 도착한다. 늦으면 겁나게 맞거나 오리 걸음으로 복도를 몇번이고 왕복해야 하기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야 한다. 그렇게 죽을 각오로 뛰어서 도착한 학교에서 밤 11시 45분까지의 대단한 하루가 시작된다.
7시~8시: 아침 방송수업
8시~9시: 0교시 보충수업
9시~1시: 1~4교시
1시~1시 30분: 점심시간(점심시간 직전 10분짜리 영어듣기 수업)
1시 30분~3시 30분: 5~6교시
3시 30분~4시 30분: 7교시 보충수업
4시 30분~5시 30분: 저녁 방송수업
5시 30분~6시: 저녁식사
6시~8시: 야간 방송수업 + 자율학습 1차시
8시~9시 30분: 야간 방송수업 + 자율학습 2차시
9시 30분~11시 45분: (독서실로 이동하여) 심야자율학습
물론 말이 자율학습이지 예전에 유행하던 말대로 철저한 '타율학습' 시간이다. 날마다 돌아가며 담임 선생이 야자 감독을 맡는다.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소위 '엑스칼리버'라고 불리던 아이스하키채.
졸거나 떠들다가 걸려서 나가면 죽음이다. 별명이 '소리없이 강하다, 레간자' 였던 연구부장은 남학교라 그런지 바지를 벗겨서 팬티바람으로 복도에 세워놓는 만행도 저질렀다.
심야자습을 마치고 나오는 시각에 지하철이나 버스가 있을 리 없다. 친구 아버지께서 하루의 고된 일과 후 쉬셔야 할 시각에 차를 끌고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신다. 4명이 함께 차에 타고 집에 간다. 집에 도착하면 12시 30분. 물론 어머니는 그때까지 기다리고 계신다. 물이나 과일 따위를 잠깐 먹고, 잘 준비를 한다. 씻고, 가방 챙기고 하면 1시가 넘는다.
4당 5락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과외고 학원이고 다닐 시간도 없다. 친구들과 놀 시간도 없다. 고2때까지는 한달에 한번씩 사설 모의고사를 보았고, 고3때는 주말마다 모의고사 한번, 그리고 사설 모의고사 역시 보았다. 한달에 6번 정도 모의고사를 본 셈이 된다.
학교까지는 버스로 1시간.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를 만나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간다. 점심, 저녁 도시락은 가방에 들어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급식이 시작되긴 했으나 아직까진 도시락이었다.) 버스에는 나 말고도 3~4개 학교 학생들이 타고 있다. 모두 조는 둥 마는 둥 선 채로 버스 손잡이에 매달려 가고 있다. 할 이야기도 없다. 기껏해야 어제 야자시간에 누가 맞았다는 정도?
6시 50분에 학교에 도착한다. 늦으면 겁나게 맞거나 오리 걸음으로 복도를 몇번이고 왕복해야 하기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야 한다. 그렇게 죽을 각오로 뛰어서 도착한 학교에서 밤 11시 45분까지의 대단한 하루가 시작된다.
7시~8시: 아침 방송수업
8시~9시: 0교시 보충수업
9시~1시: 1~4교시
1시~1시 30분: 점심시간(점심시간 직전 10분짜리 영어듣기 수업)
1시 30분~3시 30분: 5~6교시
3시 30분~4시 30분: 7교시 보충수업
4시 30분~5시 30분: 저녁 방송수업
5시 30분~6시: 저녁식사
6시~8시: 야간 방송수업 + 자율학습 1차시
8시~9시 30분: 야간 방송수업 + 자율학습 2차시
9시 30분~11시 45분: (독서실로 이동하여) 심야자율학습
물론 말이 자율학습이지 예전에 유행하던 말대로 철저한 '타율학습' 시간이다. 날마다 돌아가며 담임 선생이 야자 감독을 맡는다.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소위 '엑스칼리버'라고 불리던 아이스하키채.
졸거나 떠들다가 걸려서 나가면 죽음이다. 별명이 '소리없이 강하다, 레간자' 였던 연구부장은 남학교라 그런지 바지를 벗겨서 팬티바람으로 복도에 세워놓는 만행도 저질렀다.
심야자습을 마치고 나오는 시각에 지하철이나 버스가 있을 리 없다. 친구 아버지께서 하루의 고된 일과 후 쉬셔야 할 시각에 차를 끌고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신다. 4명이 함께 차에 타고 집에 간다. 집에 도착하면 12시 30분. 물론 어머니는 그때까지 기다리고 계신다. 물이나 과일 따위를 잠깐 먹고, 잘 준비를 한다. 씻고, 가방 챙기고 하면 1시가 넘는다.
4당 5락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과외고 학원이고 다닐 시간도 없다. 친구들과 놀 시간도 없다. 고2때까지는 한달에 한번씩 사설 모의고사를 보았고, 고3때는 주말마다 모의고사 한번, 그리고 사설 모의고사 역시 보았다. 한달에 6번 정도 모의고사를 본 셈이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이 말했다.
"공부하다 학교에서 죽으면 영광이다. 힘들단 소리 마라."
과연 저런 운영이 효율적인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집에서 부족한 잠을 우리는 학교에서 최소 4시간에서 6시간까지는 보충했다는 것이다. 야자시간에는 아이스하키채로 '심하게' 맞으니까 주로 수업시간을 이용했다. 조금 만만한 선생이 들어오면 그냥 자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영어 선생의 얼굴을 5번 정도 본 것 같다. 수업을 듣지를 않는 것이다.
학교의 모든 스케쥴은 철저히 수능에 맞게 짜여져 있었고, 수능 시험에 필요없는 과목은 가차없이 버렸다. '문법'이라고 써놓고 '디딤돌 언어영역'이라고 읽었으며, '지구과학 I'이라고 써놓고 '두산 수능 대비 공통과학'이라 읽었다.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자습서, 문제집, 학습지, 모의고사만 죽어라 푼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잔다. '학교'라는 곳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키채로 나를 후려패주는 사람만 있다면 집에 있든, 학교에 있든, 공공도서관 독서실에 있든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이제, 다시, 이런 삶이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되려 하고 있다. 물론 나라에서 규제했음에도 아직도 이런 식으로 학교를 굴리는 곳이 많긴 하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허용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교육부를 해체시키려 했던 이명박 정권은 애시당초 자기네들이 말했던대로 '교육청'으로의 이관을 통해 '지방자치교육시대'를 꽃피워 보겠다는 다짐을 하나보다.
지방자치교육시대,
학생들이 학교라는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는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야 이해했던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를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다시 들어야 하는 날이 오는 것일까?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바뀌어 가고 있던 것을 다시돌려버리는 국가권력 앞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3학년의 어느 날, "JS Thoughts"라고 이름 붙였던 내 노트에 씌어 있는 글귀다. 오랜만에 꺼내 읽어보니 조금 슬펐다.
4.19 혁명!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의 불의와 독재에 항거한 진정한 남자들의 Day.
그날...
우리는 학교 출석부에 "봄소풍"이라 기재해놓고,
창밖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모의고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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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대장
2008/04/23 20:17419.. 그랬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하여튼... 제일 기억에 나는 황당한 기억이 있다...기억나냐? 고3 여름...그리고 태풍...
태풍으로 비가 너무와 학교 근처에 있던 강이 범람할 지경이라고 했다. 물론 체력단련을 목적으로한 우리의 학교는 고지대(이걸 고지대라 할수 있나? 경사 70도 언덕을?)에 위치하고 있어서 잠길 염려는 없었지만....
몇몇 소수... 레간자를 위시한 무시무시한 감독의 눈초리를 피해 휴대폰(그당시에만 해도 한반에 1~2명 있을까 말까한...)을 소지하고 있던 학생들로 인해..
교육부에서 휴교령이 내렸다는 것을 알았지..
그리고 기다리던 방송이 나왔다...
"지금 비가 너무 많이 오는 관계로 하교가 위험하니 모두들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며 대기하기바란다."
ㅡㅡ;;
그래 위험하겠지....
그런데...
우리 옆으로 희희낙 거리며 하교하는 1~2학년들은 뭐냐 ㅡㅡ;;
결국... 비는 잠잠해 졌고...
비가 잠잠하니깐...
정상 수업했다 ㅡㅡ;
그날 우린 EBS 방송을 10시간 넘게 보았지 ㅡㅡ;; 하루에 7시간만 보는것을 ㅡㅡ; -
휴...슬플뿐입니다
솔직히 저는 좀 반항아(!)라서 하기싫을땐 튄다음 '죽일테면 죽여봐'로 막나갔어요ㅎ;;;
비효율적이고 막나가는 불도저같은 학교운영 이젠 없어져야된다고 생각하는데...
저처럼 개기는 애가 없더군요...하하
학교에서 혼자 개기는데
맞아서 힘든게 아니라 그냥 있는대로 순종하는 아이들때문에 힘들었어요ㅠㅠ
걔네들이 저를 설득하더라고요... 그만 개기라고-_-;;
결국 오기가 생겨서 갈때까지 갔어요ㅎㅎ;;;-
freesopher
2008/05/04 02:25대단하십니다ㅋ 전 결국 폭력에 굴복하고 말았는데 말이죠. 뭐, "맞고 말지"란 생각을 한 적은 많지만 오기로 개겨보기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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