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종강했다. 물론 내일까지 제출해야할 기말과제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무려 리포트 8개, 시험 4개에 빛나는 한주가 끝났다. 기말과제는 이거 포스팅하고 한 3~4시간 잔 다음에 일어나서 할 생각이다. 내일 아침에 교생실습에서 맡았던 반 아이들이 학교에 놀러온다고 해서 신림동까지 가야하기에 새벽에 일어나 리포트 작성을 끝내야 한다. (그 정도는 너희들을 위해 해줄 수 있다구!)
어제 2시간자고 쓴 기말과제를 내고, 시험을 치렀다. 과목명은 <종교와 문화>, <문화와 철학>이다. 그렇다. 지난번에 포스팅했던 어처구니없는 일의 주인공이 되는 과목들이다.
먼저 아침 10시 과목을 들어갔다. 어제 밤을 새서 문제를 만들었다는 이동진 선생이 있었다. 이 사람도 대학시절 리포트 급조하던 버릇을 기자가 되고서도 못 버렸나보다. 수강생이 많아서 반을 두 개로 나누어 인문대에서 치러야 할 시험을 학생회관 옆 자연대까지 가서 쳤다. 뭐, 그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시험지가 제대로 압박이었다.
무려 33개의 단답형(!) 문제와 7줄(!)쓰기 서술형 문제가 나왔다. 단답형 33문항. 충격이었다. 설마 대학에서, 그것도 '종교와 문화'씩이나 되는 수업에서 단답형 문제가 출제될 줄이야! 문제를 보니 더욱 기가 막혔다.
예) 영화 <행잉록의 소풍>에서 소녀들이 소풍갔다가 실종되던 날은 정확히 무슨 날이었나요?
........-_-a
죽음과 관련된 영화를 보고 종교와 죽음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고자 함...이 수업의 목적 아니었나? 허허; 물론 교양수업이다보니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사실 논술형 문제의 경우 인문계 과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주로 하는 일이 글쓰기다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가도 답안을 앞뒤로 빽빽히 채울 수 있다.) 단답형을 낸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런 문제는 너무 하지 않은가 했다.
결국,
33문제 중에 5문제 풀었다. 시험지 제일 끝에는 또 '죄송합니다'를 썼다. 졸업을 코앞에 두고 정말 잘하는 짓이다.
두목과 사범대 근처에 앉아 피자를 한 판 시켜 먹으면서 욕을 해대다가 오후 1시에 또 시험을 치러갔다. 역시 19장이나 써놓은 리포트를 들고 말이다. 교생실습 참가로 인한 출석 확인서를 제출하고 리포트를 냈다. 그리고 답안지를 먼저 받았다.
이번에는 <문화와 철학>이라는 수업다운 문제가 나왔다. 교수는 시험지 없이 칠판에다 문제를 썼다. 문제는 딱 2개. 제한시간은 1시간 30분.
2. 시간-삶-문화의 관계에 대하여 논하시오.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는 원츄!다. 8절지 답안지 3페이지를 빽빽하게 써서 내버렸다.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으나 일단 양으로 승부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교생실습을 다녀와 수업도 못 들은 상태라 이런 시험은 더욱 고마울 따름이다.
사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시험의 유형이 있기 마련이다. 공부를 많이 해서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은 많은데 그것을 글로써 펼쳐내는 데 애로사항을 겪는 사람도 있고, 도저히 외우는 것은 소질이 없어서 각각의 개념들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나 수업의 전체적인 흐름과 의도를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의 시험이라는 것은 중, 고등학교와는 달리 문제를 어떻게 내든 엄청난 클레임(!)에 시달릴 위험이 없기에 사실 교수나 강사는 마음대로 내는 편이다. 결국 어떤 수업을 선택했느냐, 어떤 강사를 선택했느냐의 문제니 성적은 온전히 학생 몫이다. <종교와 문화> 시험에 대해 딱히 내가 할 말이 없는 것도 그것이다.
어쩌랴, 내 탓인데.
덧) 아, 그리고 내가 대학을 다니면서 봤던 최고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대학교 1학년 때 <국문학개론> 기말고사에서 정재찬 교수가 낸 시험 문제다.
...-_-;
사실 청산별곡을 그대로 외워 쓰는 걸 낸다고 해서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만 알고 있었던 터라 꽤 난감했다. 학점은 물론... 허허;;
군대 갔다와서 재수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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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선생님 수업. 제 동생도 이번에 들었다는 것 같은데 .....
-_-
수업은 좋았는데 말이지... -_-a 도저히 교생실습 갔다와서 리포트 8개 처리하느라 책은 커녕 기말을 쓴 게 용한 내 입장에서는... 너무 한 문제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