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2012년까지 수능영어를 폐지하고 소위 한국형 토플이라 불리는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 
김도연 장관
포함되어 있는 외국어 영역이 학생들의 "실제" 영어능력을 평가하고 있는가에 회의적인 입장이라 일견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고 이명박 정부의 모든 정책을 까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분명히 있고, 정부는 이에 대하여 적극적인 대처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논의 중'인 것이 인터뷰에서 '과장'되어 발표된 감이 없지 않아있다고, 마치 "아륀쥐" 사태 때처럼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꼴을 보면 그다지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내가 여기서 이야기할 점은 그들이 내세운 "효과"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이다.
세계일보는 오늘자 사설(출처: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080428002794&subctg1=02&subctg2=01)에서 정부의 수능영어 폐지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아마 정부의 논리도 같으리라 생각된다.
이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사교육비 절반 감축의 실천 방안이기도 하다. 30조원으로 추정되는 사교육비 가운데 영어가 40%나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입시에서 영어 부담이 줄어든다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냥 읽어봤을 때 사설의 내용은 일견 타당성 있어 보인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시험 과목이 학생들에게 압박으로 다가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니 정부에서부터 나서서 그런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노력하겠다는 것은 옳다. 지극히 옳은 이야기다.

나? 열심히 할게! (출처:http://news.ken.go.kr/main/php/search_view.php?idx=1580)
그러나 수능에서 영어를 폐지하는 대신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정책들을 보라. 필자는 학원에서 강의해서 벌어먹고 있는데, 대통령이 바뀌고 인수위에서 내놓은 정책들을 보자마자 원장은 바로 영어수업 증설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대통령의 "무마"에 의해 지금은 답보상태이긴 하다.) 그 때 국민들에게 준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했고, 반대했지만 곧 자기 자식들을 걱정했다. "불도저"라는 별명은 괜히 붙는 것이 아니다, 2MB 메모리는 286에나 장착되던 것인데 그 때 멀티태스킹이 가능했나 아마 저 인간도 자기 생각말고 다른 것은 못할 것이다, 청계천 아무나 갈아엎나 저 인간은 분명히 갈아 엎는다, 등 국가의 공교육 정책에 국민들의 반사작용은 바로 학원이나 과외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자격시험'으로 영어능력을 평가한다고 생각해보자.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교육 자율화 방안에 의해 "자율화"된 대학들이 과연 자격시험에 통과한 학생들을 그대로 받을 것 같은가? 수능을 등급으로 나누어 놓은 것도 못 믿겠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자들인데 "합-불"로만 나타난 자격시험을 갖고 누가 학생을 선발하겠는가? 그렇다고 영어능력시험을 자격시험이 아닌 등급제, 혹은 점수제로 바뀌면 과연 수능영어폐지에 의한 "사교육비 경감"효과는 어디서 나타난다는 이야기인가? 분명 사람들은 1점이라도, 1등급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과외선생에게 붙여줄 것이다.
분명히 '수능영어'라는 것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평가방법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영어능력과는 많이 동떨어진 부분을 평가한다는 견해는 옳다. 하지만 그 '폐지'를 통해 사교육비 경감이니 하는 입발린 소리는 이제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툭하면 국민들의,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니 어쩌니 하는 거짓말은 이제 그만하자. 차라리 정책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나갈 것이다, 거기에 대한 부작용은 이러이러한 것이 있으나 정부는 저러저러한 대책을 통해 대처할 생각이다라고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만약 그런 논의를 하고 있다면 제발 국민들에게 "미리" 툭툭 던지지 말자. 옛날에 노무현이 그럴 때는 말 함부로 한다고 온갖 난리를 치더니 정작 자신들은 어째서 생각도 없이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될 따름이다.
필자의 고등학교 영어수업을 생각해보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구의 모 학교를 졸업했는데, 영어 교사들의 실력이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은사님...들께 죄송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영어 수업 시간의 80%는 외국어 영역 풀이로 보냈고 나머지는 단어 외우기, 못 외우면 맞기, 가 전부였다. 영어로 말하기? 웃기는 소리였다. 이것을 보면 "수능영어"라는 것이 얼마나 영어 공교육에 어처구니 없는 영향을 끼쳤나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자격시험"으로 바꾼다고 한들 무슨 차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