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서울에 올라오셨다. 여름도 되고 했는데 아들 녀석이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면서 잘 살고 있나 궁금해하신 까닭이다. 날씨가 더우면 맥을 못추는 아들 녀석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아시기에 걱정이 되신 모양이다. 어머니의 도착 전날, 북경에 일자리를 잡아 근 2년 간 만날 기회가 없었던 선배와 밤샘 술자리를 가졌다. 서울역으로 마중나간 초췌한(?) 몰골의 아들 모습이 가슴이 아프셨나보다. 집에 맛있는 음식이 잔뜩 생기고 생전 사먹는 일이 없는 과일도 냉장고 속에 들어가있다.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도 일하러 갔다오니 어느새 깨끗이 청소를 끝내버리셨다.
학원강사를 하다보니 토요일에도 일을 하러 가야 한다. 오후 수업 중 하나가 구멍이 나는 바람에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수업하고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저녁에 나가게 되었다. 2시간 동안 날씨도 더운데 어머니께서 딱히 할 일이 없을 것을 걱정하여 아직 보지 않으셨다는 영화, <왕의 남자>를 보여드리기도 했다. DVD 플레이어가 없어서 컴퓨터로 틀어드렸다.
"이거 중간에 잠깐 멈추어 놓을라카믄 우얘야 되노?"
"아, 이거 가운데 제일 긴 거 누르면 선다."
일시정지를 위해 스페이스바를 누르라고 말씀드렸다가 다시 보여드렸다. 만족해하신다. 출근 시간이 다 되어서 나는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기는 데 <왕의 남자> 첫 화면에서 광대패가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것이 나온다. 그러다 이준기와 감우성이 줄을 타고 곡예를 한다. 어머니께서 열심히 영화를 보시다가 묻는다.
"정수야."
"어?"
"쟈는 남자가, 여자가? 이준기 말이다. 쟈가 지금 남잔데 여자로 나오는거제?"
이준기가 이 영화에서 남자인가, 여자인가 물으신다. 당연히 이준기는 남자다. 나는 무엇을 보고 그러시나 싶어서 방에 들어가봤더니 이준기가 겁탈을 당할 뻔 하는데 감우성이 도와주고 곧 실랑이를 벌이다 이준기가 자신을 겁탈하려 한 자를 낫으로 등을 찍어 죽이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남자지."
"에헤이. 남잔데 와 저라노?"
음.
남잔데 어째서 저럴까?
"으음... 엄마... 그건... 아마 절마가 얼굴이 이쁘장하게 생기가꼬 그런거 아이겠나."
설명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조그만 노트북 화면을 계속 보고 계신다. 곧 배게를 대고 모로 누우셨다. 곧 두 사람이 진짜 봉사같다며 칭찬을 하신다.
나는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으면 거기에 대한 감상을 쓴다. 하지만 오늘은 그 감상들에 내가 쓸데없이 어려운 소리나 써 질러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왕의 남자>를 보고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속에 삽입되어 있는 동성애적 코드에 대해서, 역사적 사실과의 관계에 대해서, 광대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 등 <왕의 남자>는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준 영화였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께서 "남잔데 왜 그럴까?"하고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는 척, 배운 척 할 줄 알면서 어머니와 영화에 대하여 이야기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것이 한심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문화, 예술이라는 것이 별건가. 우리 모두가 함께 즐기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조금 더 어려운 말을 하고, 조금 더 대단한 소리를 한다고 해서 멋있어 보이는 것일까. 결국 실제로 영화를 보는 사람은 '동성애적 코드'니 '광대의 의미'니 하는 것에 대하여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우리 어머니같은 분들이 아닌가. 괜한 겉멋에 영화 좀 봤다고, 소설 좀 읽었다고 현학적인 소리만 해대는 인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일하러 갔다왔더니 7월 말에 있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진에 고시원을 잡고 공부하고 있는 동생이 하루 시간을 내어 어머니와 함께 인사동으로 나갔다고 한다. 모처럼 올라오셨는데 하필 주말에 할 일이 많은 학원 강사의 처지라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여 죄송할 따름이다.
학원강사를 하다보니 토요일에도 일을 하러 가야 한다. 오후 수업 중 하나가 구멍이 나는 바람에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수업하고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저녁에 나가게 되었다. 2시간 동안 날씨도 더운데 어머니께서 딱히 할 일이 없을 것을 걱정하여 아직 보지 않으셨다는 영화, <왕의 남자>를 보여드리기도 했다. DVD 플레이어가 없어서 컴퓨터로 틀어드렸다.
"이거 중간에 잠깐 멈추어 놓을라카믄 우얘야 되노?"
"아, 이거 가운데 제일 긴 거 누르면 선다."
일시정지를 위해 스페이스바를 누르라고 말씀드렸다가 다시 보여드렸다. 만족해하신다. 출근 시간이 다 되어서 나는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기는 데 <왕의 남자> 첫 화면에서 광대패가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것이 나온다. 그러다 이준기와 감우성이 줄을 타고 곡예를 한다. 어머니께서 열심히 영화를 보시다가 묻는다.
"정수야."
"어?"
"쟈는 남자가, 여자가? 이준기 말이다. 쟈가 지금 남잔데 여자로 나오는거제?"
이준기가 이 영화에서 남자인가, 여자인가 물으신다. 당연히 이준기는 남자다. 나는 무엇을 보고 그러시나 싶어서 방에 들어가봤더니 이준기가 겁탈을 당할 뻔 하는데 감우성이 도와주고 곧 실랑이를 벌이다 이준기가 자신을 겁탈하려 한 자를 낫으로 등을 찍어 죽이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남자지."
"에헤이. 남잔데 와 저라노?"
음.
남잔데 어째서 저럴까?
"으음... 엄마... 그건... 아마 절마가 얼굴이 이쁘장하게 생기가꼬 그런거 아이겠나."
설명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조그만 노트북 화면을 계속 보고 계신다. 곧 배게를 대고 모로 누우셨다. 곧 두 사람이 진짜 봉사같다며 칭찬을 하신다.
나는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으면 거기에 대한 감상을 쓴다. 하지만 오늘은 그 감상들에 내가 쓸데없이 어려운 소리나 써 질러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왕의 남자>를 보고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속에 삽입되어 있는 동성애적 코드에 대해서, 역사적 사실과의 관계에 대해서, 광대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 등 <왕의 남자>는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준 영화였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께서 "남잔데 왜 그럴까?"하고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는 척, 배운 척 할 줄 알면서 어머니와 영화에 대하여 이야기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것이 한심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문화, 예술이라는 것이 별건가. 우리 모두가 함께 즐기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조금 더 어려운 말을 하고, 조금 더 대단한 소리를 한다고 해서 멋있어 보이는 것일까. 결국 실제로 영화를 보는 사람은 '동성애적 코드'니 '광대의 의미'니 하는 것에 대하여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우리 어머니같은 분들이 아닌가. 괜한 겉멋에 영화 좀 봤다고, 소설 좀 읽었다고 현학적인 소리만 해대는 인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일하러 갔다왔더니 7월 말에 있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진에 고시원을 잡고 공부하고 있는 동생이 하루 시간을 내어 어머니와 함께 인사동으로 나갔다고 한다. 모처럼 올라오셨는데 하필 주말에 할 일이 많은 학원 강사의 처지라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여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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