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중국 진나라 절강성 구주지방에 살았던 왕질이라는 나무꾼이 살았다. 하루는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갔다가 소나무 반석 위에서 바둑을 두는 신선들을 발견했다. 그것을 옆에 앉아 구경하다가 자기 도끼자루가 썩어가는 줄도 몰랐다. 나중에 산을 내려왔을 때 그의 증손들이 그가 나무하러 간 날을 제삿날로 잡고 제사를 준비하고 있어 기이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피터 위어의 <행잉록의 소풍(원제: The Picnic at Hanging Rock)>에서 사라진 소녀들에 대해 우리는 그들이 ‘죽었다’고 간주한다. 인간이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라는 사실은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적 사고방식에서 죽음이외의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 모든 일은 인과율의 법칙에 어긋나선 안 되기에 아무런 개연성 없이 사라진 사람에 대해 초자연적인 어떠한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식한 짓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영화의 경찰들 또한 그녀들을 ‘과학적’으로 찾아내려 하지 다른 어떠한 방법을 생각해낼 줄 모른다.
피터 위어는 영화에서 인간보다는 행잉록의 모습을 담는 데 주력한다. 약간 위압감이 들 정도로 보이는 행잉록의 모습은 사라진 그녀들을 그대로 삼켜버렸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는 작년 호주 갔을 때 시드니에서 밀두라로 향하는 버스에 앉아 그 넓은 하늘과 광대한 들판을 보며 내가 압도당했던 느낌과 유사하다.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네 소녀가 선생으로부터 허락을 받고 올라가 대자연을 느끼는 양 여러 가지 행위예술을 벌이고 있을 때 나는 문득 신선놀음을 발견한 왕질이 떠올랐다. 신선놀음이 대자연의 아름다움, 위대함을 의미한 것이든, 행잉록에서 쇼를 하고 있는 소녀들이 사실은 신선놀음을 목격한 것이든 의미의 내포 관계는 상관없다. 어느 쪽이라 한들 현세계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고, 역시 어느 쪽이라 한들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것은 여전하다. 중요한 것은 소녀들의 행위와 왕질의 행위에서 기묘한 동질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며, 또 다른 하나는 그 사실을 체험한 타자들의 반응이다. 왕질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소녀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경찰과 미란다에게 반한 마이클 등의 노력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사라진 사람들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실패한다. (물론 마이클은 Irma를 찾지만 그가 사용한 방법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결국 왕질과 소녀들은 죽은 것이다. 그들이 사라진 시점에서, 그리고 그들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 이 후에도 실패했을 때 그들은 죽은 것이다. 사람들은 거기서 무언가 이유를 찾으려 한다. 경찰은 그녀들이 성폭행 당한 후 버려졌으리라는 추측도 해본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이들이 어디로 간지에 대한 추측은 무의미하다. 왕질의 시대에 사람들이 나뭇짐과 도시락은 내버려둔 채 대체 그가 어디로 간지 생각해 본들 지금 우리가 <행잉록의 소풍>을 보며 느끼는 답답함 이상의 것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사라짐을 사라짐 그대로, 나타남을 나타남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에게 무리일까? 눈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은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내린 능력 중에서 현대인이 잃어버린 그 첫 번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주에서 보낸 작년 1년 중 70%를 멜번에서 보냈다. <행잉록의 소풍>을 일찍 알았다면 멜번 근교에 있다는 행잉록에 한번 구경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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