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 한자로 적혀 있어서 내가 다 읽을 수 있었지만 어디를 보아도 문학부라는 글자가 없다. 와세다 대학에는 문학부가 없는 것인가? 설마 무라카미 하루키도 학력 위조의 장본인? 근처에 있는 안내소에 들어가 물어보았다. 험상궂게 생긴 일본인이었지만 역시 친절하게(이놈들은 대체 왜 이런거냐?) 알려준다. 문학부는 이 캠퍼스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단다. 뙤약볕 속에 열심히 묻고, 걸어서 도착한 와세다 대학은 내가 생각한 그 와세다 대학 캠퍼스가 아닌 것이었다. 다시 걸어서 내려갈까 하다가 일단 이 '정문'이 달린 캠퍼스부터 보기로 했다. 담배를 한대 피워물고 싶었지만 학교내는 금연이었다.
와세다 대학을 돌아보면서 느꼈던 풍경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동상이었다. 한국에 비해 동상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는 일본답게 대학 교정에도 동상이 있었다. 그 주인공들은 와세다 대학이 배출한 학자들이었다.
와세다 대학을 돌아보고 하루키의 문학부를 보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은 여름이 거의 물러가고 있다는데 도쿄는 여전했다. 서울에서 덥다, 덥다하고 살았지만 도쿄의 끈적끈적한 무더위는 차원이 달랐다. 중간에 자판기에서 칼피스를 하나 뽑아들고 문학부까지 걸어갔다. 그래도 희망에 차 있었다. 하지만 문학부 건물 앞에 도착하는 순간 좌절했다. 아니, 쓰러졌다.
대학이 문을 닫았다.
2001년 당시 여자친구와 책을 바꿔보자는 약속을 하고 처음으로 접했던 <상실의 시대> 이후 나의 독서를 지배했던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모교를 방문하기 위해 저멀리 서울에서부터 비싼 비행기표를 내고 날아온 내 앞에 놓인 표지판은 나를 무너지게 하기 충분했다. 살면서 몇번 도쿄에 올 일이 있다고 대학이 문을 닫는단 말인가. 무슨 놈의 대학교가 문을 닫는 날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냥 사진 몇 장 찍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에서 눈물을 뿌리고 싶었으나 역시 나의 신체는 더 이상의 수분 배출을 용납하지 않았다.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쉬며 돌아설 수 밖에. 여행 계획에 의하면 더이상 와세다 대학 쪽으로 올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언젠가 다시 도쿄에 올 날을 생각하며 문학부 옆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서는 리틀 야구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야구를 하고 있었고 일본 만화에서 본 것과 같이 그럴 듯한 감독도 있었다. 엄마들도 같이 와서 자기 아이가 야구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 정말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한국 엄마들과 비교하여 자식에 대한 애정이 절대 모자라지 않는 일본 엄마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최소한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저런 꼬마애들이 과외 선생 옆에 앉아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하며 땀을 흘릴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야구를 하러 온 아이들은 굉장히 즐거워보였고 야구 경기에 집중할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공원을 뛰어다니며 장난도 치고 친구들과 툭탁거리며 싸우기도 했다. 아이들다운 모습. 방학이 되면 학원이니 과외니 하는 우리 불쌍한 서울의 초등학생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한 그런 광경이었다.
야구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하나 피운 후 오후 일정을 소화해내기 위해 다시 와세다 대학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라주쿠로 가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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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 오셨네요^^
정문이 닫혀 뒤 돌아 서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하군요.
아이들 야구하는 모습이 교육적으로 보입니다.
공부에 찌든 우리 아이들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데...오히려 앞으로 더 어려울 것 같으니...-
freesopher
2008/08/21 19:25일본도 한국처럼 교육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아이답게 지낼 수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게 느껴지더라고요.
와세다 문학부... ㅠ_ㅠ
언젠가 꼭 가봐야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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