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예전에 영어 때문에 호주에서 겪었던 재미있었던 일을 소개해볼까한다. 예전에 한 번 썼던 글이다.
때는 정확히 1년전 오늘. 2007년 7월 3일이다.
며칠전.
여느때와 다름없이 열심히 호텔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올라와 나른해진 기분에 사람없는 객실의 화장실에 들어가 슈퍼바이저가 오기 전에 몰래 담배를 한대 피우고 나왔다. (Victoria주는 실내에서 금연이다. 물론 노동자들이 담배 피울 수 있는 곳이 따로 지정되어 있으나 너무 멀어서 내려갔다 오기 귀찮았다.) 그 때 옆 옆 객실에서 두 여자애가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문에 다 대고,
"Mommy! Come on! Hurry yp!"
난리였다. 곧 그 애들의 엄마와 아빠가 나왔다. 나는 언제나 하듯이 그들에게 인사했다.
"Good afternoon, Sir, Madam. How are you today?"
"Very good. Thank you."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띄우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 그들을 보며 은근히 영어 몇마디 하지도 않아 놓구선 뿌듯해했다. 그렇다. 사실 영어로 뿌듯해하면 절대 안되는 순간이었다. 몇걸음 가지 않아 애들 엄마가 나를 불렀다.
"Excuse me."
"Yes, madam."
"Can you tell me how i get to swimming pool, please?"
스위밍 풀. 수영장. 제기랄. 내가 호텔에서 일한다만 여기서 잠을 자본것도 아니고 시설을 이용해본 것도 아닌데 수영장이 어딘지 알게 뭐냐. 잠시 내 트레이너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나 생각해봤다. 그녀들은 "다이얼 넘버 8번에 전화하시면 리셉션 데스크가 나오는데, 거기에다 문의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잠시 '뿌듯'했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던 나.
"I'm sorry, madam. I don't know it. But just a moment, I'll ask reception desk."
멍청하게도 내가 리셉션에 물어볼테니 기다리라고 했던 것이다. 뭐 그때까진 좋았다. 빈 객실로 들어간 나는 전화기를 들고 8번 단축 다이얼을 눌러 리셉션에 연결했다.
"Good afternoon. This is Rialto Hotel Reception Desk 울라불라(기억 안난다.) speaking. May I help you?"
아. 좋다. 쉬운 영어다. 이름은 모르겠다만 다 알아들었다.
"Hi, this is room attendant Jake. My guest wanna know how she get to swimming pool. But I don't know that. Can you help me?"
까짓거 떠듬떠듬 문장 만들어서 말했다. 곧 중, 고등학교 시절 듣기평가에서나 들었던 길찾기 문제가 실제로 들려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청나게 빠른 속도에 익숙지 않은 억양에 쓸데없는 걸로 귀찮게 한다는 어조까지 곁들여진 문제였다.
"Are you on Winfield Side?"
윈필드 사이드냐고? 우리 호텔은 두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지하의 식당과 공중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아. 제길. 내가 어느쪽 건물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Yes"했다. 그리고 듣기평가 1번 문제가 나왔다.
"울라불라 울라불라 울라불라 elevator 울라불라 9th floor 울라불라 울라불라 turn left 울라불라 울라불라 stair way 울라불라..............."
뭔 소리냐... 알아들은 거라고는 엘리베이터, 9층, 좌회전, 계단이 전부였다. 도저히 다시 물어볼 수 없는 분위기라(진짜 바쁜 목소리였다.)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얼굴 가득이 미소를 띄운 채 애엄마에게 돌아왔다. 그녀 역시 미소를 지은 채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기랄.
"Ok. You can take that elevator and go up to 9th level. And out of elevator, turn left. You can get there."
-_-
9층에 내려서 좌회전해라.
그게 다다. 그녀는 정말로 정말로 고맙다고 이야기한 후 남편, 애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나는...? 지하에 마련된 흡연구역으로 내려가 숨었다.
나중에 9층에 올라가 좌회전 해봤다.
객실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역시 며칠전.
그 날도 호텔방들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 내 트롤리를 뒤졌다. 손님같아 보였는데, 트롤리를 뒤진 것은 괜찮지만 그곳에 다른 손님들이 객실번호와 이름이 적혀 있는, 일종의 개인정보가 담긴 종이가 있었기에 나는 얼른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Good afternoon, sir. Can I help you?"
그러자 그는 나를 보며 역시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띄운채(이놈들은 왜 쓸데없이 웃는지 모르겠다.) 물었다.
"Do you have any matches?"
아.
다들 눈치 챘을거다.
match.
농담으로나 하는 짓을 실제로 했다.
나는 진짜로 성냥을 생각하지 못하고 오늘 무슨 경기나 시합이 있냐고 묻는 건 줄 알았다. 즉 그가 신문을 찾고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객실에서 나온 신문들은 내가 보관한다.)
그래서 나는,
"Today?"
라고 했다. -_-
오늘요? 오늘요? 오늘요?
제기랄.
그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Oh, oh, I'm sorry. I wanna smoke."
하 면서 불을 붙이는 시늉을 했다. 허허; 그놈 속으로 이런 멍청한 자식을 봤나, 라고 했을 거다. 성냥이나 라이터 따위는 내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건만 저런 멍청한 소릴 해놓고 성냥이 없다고 하기엔 너무 민망했다. 그래서 얼마전에 구한 성냥한갑을 가방에서 꺼내 그냥 바쳤다. 그 자식, 고마워하면서 갔다.
아아... 이런 멍청한...
필요한 사람만 영어를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무작정 가다보면 > Austral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어를 못해서 겪은 웃기는 일 (4) | 2008/07/04 |
|---|---|
| 52 Noga Av, Keilor East, VIC 3030, Australia. (2) | 2008/01/23 |
| Flinders Lane, Melbourne, 2008 (0) | 2008/01/17 |
| Flinders Street, Melbourne, 2008 (0) | 2008/01/17 |
| Boxing Day에 대하여 (0) | 2007/12/26 |
http://freesopher.tistory.com/trackback/271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