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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낙심할 필요는 없다.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보고, 생각하고, 그 결과물을 소통하는 데 있어서 항상 당당하고 싶다.
 
Don't Feel Sorry For Your..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산다는 것은
다시 글로 표현하는
무작정 가다보면
잊으면 안되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득채의 I AM A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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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6 학교에 놀러온 교생실습 담임반 아이들
  2. 2008/06/10 중학교 2학년에게 띄우는 책읽기 편지
  3. 2008/06/03 제자의 어처구니 없는 메일
  4. 2008/06/02 촛불집회 중 애들에게 온 문자
  5. 2008/05/21 땡땡이치는 고등학생을 두번이나 잡다
  6. 2008/05/10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초중딩 vs 이명박 구도에 대한 걱정

  지옥과 같았던 기말이 끝났다. 그리고 아이들이 놀러왔다. 벌써 2주전부터 온다고 난리를 치다가 결국 선생님들의 기말 기간이 끝나는 것에 맞추어 왔다. 11시까지 낙성대역에서 보기로 했는데, 마을버스도 타야하고 꽤 아이들에게 힘든 것이 많아 우리가 마중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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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한테 혼나는 종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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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선생님에게 혼나는 민호


  이놈들... 여전했다. 이제 2주 정도 지났지만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녀석들이니 뭔가 달라진 모습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똑같았다. 여전히 까불고, 떠들고, 장난치고, 우리에게 혼났다.

  놀토인데도 학원에 가야한다는 녀석들 때문에(물론 우리랑 놀다가 학원 시간은 훨-씬 늦어버렸다.) 월곡동에서 신림동까지 왔음에도 밥만 먹고, 음료수나 마시며 놀다가 보냈다.  우리가 교생실습 기간에 출퇴근 하는데 곤욕을 치렀던 먼 거리인데도 아이들이 교생들을 보러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고마운데, 피자 한 조각, 아이스크림 하나, 음료수 하나 사줄 수 밖에 없는 질낮은(?) 교생의 처지가 너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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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사범대에서부터 본부까지 걸어내려갔다 올라왔으면서 쓸데없이 학교가 크기만 하다고 우는(!) 녀석들과 함께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물리 선생님은 1시에 시험보러 가고, 나도 3시까지 출근이라 오랫동안 함께 있어주지는 못했다. 아이들도 학원가야 된다고 해서 얼른 보냈지만 말이다. (오늘 빼먹겠다고 난리를 치는 녀석들을 겨우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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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너무너무 좋아해주는 현우(나도 좋아!)


  교생실습의 여파가 생각보다 오래 가는 것 같다. 1주일 쯤 지나면 잊혀지겠지, 2주일 쯤 지나면 잊혀지겠지, 하지만 녀석들이 토요일에 나타나는 바람에 또 1주일 연장이다. 바쁘게 기말을 보내면서 한없이 쌓였던 스트레스가 "어제 담임 선생님한테 맞았어요!"하며 징징대는 아이들을 다독여주다 보니 어느새 없어져 버렸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쫓아다니고, 도망가는 것 잡아오고, 축구공도 없는데 대학교에서 축구하고 싶다고 소리지르는 녀석들과 실랑이를 벌이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교사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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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에서 단체사진 한컷! (간지남 종웅이가 가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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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연 앞에서 한 컷! (민선이 어디보냐!)


*덧) 중간에 수업듣고 있던 김녜원과 정봉이도 나와서 애들과 시간을 보냈다. 김녜원은 나와 같이 국어수업을 해서 아이들이 잘 알고 있었고, 정봉이는 3,4,5반 국어를 맡았는데, 큰 키에 붙임성있는 성격으로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우리반 교생들과도 친분이 있기에 들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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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빡쑤
    2008/06/16 16:17
    그러니 교단에 투신하시죠? ㅎㅎ


  주변 어른들은 항상 너희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씀하시지. 하지만 도대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셨을 거야. 책은 당연히 읽어야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지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또 너희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정보, 교양을 얻기 위해서? 사실 너희들이 더 잘 알고 있다시피 TV나 인터넷을 통하면 정보를 얻기가 훨씬 빠르고 편리하지. 딱딱한 글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진이나 화려한 동영상을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우리에게 전달해주니까 말이야. 게다가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려면 아무래도 TV나 인터넷보다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속도가 느리겠지. 최소한 한두 달은 걸리잖아. 그러면 교양은 어떨까? 왠지 교양이라고 하면 딱딱한 기분이 드니까 책이 제격인 것 같지? 하지만 역사, 과학, 사회, 음악, 미술, 영화 등 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모든 것들을 교양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이런 지식을 역시 TV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어. 별로 재미없는 것 같아 보이는 방송들을 모아놓은 KBS1을 생각해봐. 지식채널은 어떻고? 책에서 교양을 얻는 것이 쉬울까, TV를 보는 것이 쉬울까? 물어볼 필요도 없이 TV가 훨씬 편하겠지. 그렇다고 남들이 너의 교양을 우습게 생각할까? 아니야. 요새는 TV에서도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지.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책보다는 TV, 인터넷을 이용해서 교양을 쌓는 경우가 많으니까 모자라게 느낄 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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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그러면 재미있어서일까? 사실 무협지나 판타지, 책으로 출간된 팬픽 소설이나 만화책은 재미있지. 하지만 어른들은 “그건 책이 아니야.”라고 말씀하는 경우가 많아. 분명히 종이에 글자가 씌어 있고, 제본도 되어 있으니 분명히 책이 맞는데 왜 아니라고 할까? 만약 이들을 책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더 이상 ‘재미’로 책을 읽기가 힘들어지잖아. 세상에 재미있는 책이 어디 있을까? 청소년 소설이라고 주는 것을 보면 유치한 내용이 대부분이야. 진짜 우리의 고민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어른들의 생각에 ‘청소년의 삶’이라는 것에 맞춘 것들이지. 그것을 읽고 재미를 느끼기엔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그러면 다른 문학 작품들은? 어렵지. 회사에 다니고 있는 형, 누나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 게 뭐야? 시는 읽어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그나마 재미있다는 문학이 이런 데 다른 책은 오죽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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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책을 읽으면 똑똑해지니까? 똑똑해지니까 억지로 참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기에는 우리 주변에 할 일이 너무 많아. 농구공을 들고 나가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지. 맛있는 햄버거도 기다리고. 노래방에 가서 친구들이랑 놀아도 돼. 친구들이 바쁘면 인터넷에 들어가면 되지. 곳곳에 게임이 있고, 카페가 있고, 클럽이 있어. UCC는 또 얼마나 볼 것이 많니?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빅뱅과 동방신기의 스케쥴이 어떤지도 알아봐야 할 것 아니야. 또 어른들이 우리가 똑똑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시험 성적으로 판단하면서 학교 공부와 별 상관없는 책을 읽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사실 우리 주변에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반에서 1등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굉장히 많잖아. 똑똑해진다고 참고 읽고 있기도 힘들고, 참고 읽는다고 해서 남들이 똑똑하다고 인정해주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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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함? (출처: 노컷뉴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도대체 책을 읽을 까닭이 전혀 없는 걸? 그러면 우리는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하지만 너희들에게 직접 다가가 “이 세상에 책은 다 없애버려도 괜찮을까?”라고 물어본다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아니요!”라고 대답할거야. 책이 필요하다, 책이 읽어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이지. 그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너희들이 맞아. 책은 필요하고, 또 청소년기에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거야. 어째서 그런지 나와 같이 이야기해보자.

  혼자 있을 때 조용히 생각에 잠겨 본 적 있어? 아마 드물 거야. 왜 그럴까? 바빠서? 하지만 그다지 바쁜 일이 없을 때도 자꾸만 움직여야 할 것 같고, 무엇인가가 눈앞에서 계속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어째서 그럴까? 아까 정보나 교양을 얻기에 책보다 훨씬 낫다고 했던 TV나 인터넷을 생각해봐. 내가 알고 싶다고 한 번 말했더니 그 정보를 쉴 새 없이 늘어놓지. 귀에다 계속 이야기하고.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마구 쏟아 붓지. 예를 들어 촛불 집회를 생각해보자. 전경이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내뿜어. 그러자 사람들이 전경차를 밧줄로 끌어내고 몽둥이를 들고 전경과 싸우지. 누가 옳은지, 누가 그른지, 왜 전경과 사람들이 싸워야 하는지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우리에게 정보를 주는 거야. 다보고 나서 생각 좀 해보려고 했더니 어느새 대통령이 어쩌고, 건강이 어쩌고 하면서 다음 뉴스로 넘어가 버리지. 결국 우린 생각 한 번 못해보고 그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알게 되었어. TV가 전해주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인터넷도 마찬가지야. UCC를 통해 어떤 사람의 잘못이 인터넷에 퍼졌다고 생각해봐. 갑자기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양 몰아가기 시작하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판단해 볼 여유도 없이 그냥 휩쓸려 버리지. 너희들이 좋아하는 소위 ‘낚시’라는 것도 그런 것이잖아. 하지만 책은 어떨까? 만약 책을 쓴 사람의 생각이 나와 맞지 않다면? 만약 읽은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읽은 부분에서 무엇인가 판단을 내려 보고 싶다면? 간단해. 책을 덮어버리면 돼. 책은 덮는다고 해서 어디로 떠나지 않아. TV처럼 다음 뉴스로 넘어가지도 않고, 인터넷처럼 순식간에 유행이 뒤바뀌지도 않아. 그저 우리를 기다리지. 판단을 내리고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준단 말이야. 이런 것을 보고 우리는 ‘여유’라고 하지. 정신없이 무엇인가를 해야 하고,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어. 여유롭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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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여유


  책은 재미있다? 그럼. 책은 재미있어. 무협지, 판타지, 팬픽, 만화책은 ‘재미’를 목적으로 쓰인 책이야. 목적이 그렇다보니 책의 내용이 어떨까? 무엇인가 우리에게 도움 되는 것을 담고 있을까? 개중에는 인생에 대한 철학, 성찰을 담고 있는 것도 있어.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아. 그렇다면 ‘진짜 책’은 어때? 재미없다고 하기 전에 먼저 이것을 생각해봐. 우리는 세상을 몇 번 살 수 있을까? 물어볼 필요도 없이 한 번이야. 인생을 두 번, 세 번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모두 한 번에 끝을 봐야하지. 그러다보니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어. 다시 한 번 살 수 없기에 선택을 잘 해야 해. 이때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조언이겠지. 먼저 살아본 사람, 먼저 그런 선택을 해 본 사람. 책은 그런 역할을 해줘. 재미없어 보이는 소설 속에 인물들은 끝없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기를 강요받고 있단다. 그 사람들은 갈등하고, 또 선택을 하지. 그것은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어. 이런 모습을 책을 통해 읽은 우리는 어떨까? 그래, 그 사람들의 선택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거야. 어려운 말로 ‘간접 체험’이라고 해. 다른 사람의 삶을 한 번 살아볼 수 있는 멋진 기회라구! 게다가 영화, 드라마와는 달리 책을 통해 접하는 다른 사람의 삶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가 여유를 갖고 바라볼 수 있어. 2시간 만에 끝나고 팝콘과 음료수 들고 나와야 하는 영화관이 아니거든. 50분 정도 하더니 갑자기 ‘다음 시간에 계속’이라고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거기에서부터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책의 재미고 매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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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미리 살아본다는 것


  책을 읽으면 똑똑해지냐고? 물론! 책을 읽으면 똑똑해진단다. 국어 문제 2개 더 맞추고, 수학 문제 3개 더 맞추는 식의 단순한 똑똑함이 아니야. 세상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갖는 진정한 똑똑함, 즉 ‘현명함’이지. 프랑스의 굉장히 유명한 사상가 데카르트는 말했어.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라고 말이야. 친구들과 대화도 물론 재밌고, 즐겁지만 내가 공자와 예수와 부처와 이야기하는 경험은 과연 이에 비할 수 있을까? 그들과 대화하는 방법은 결국 책이지. 논어를 읽고, 성경을 읽고, 불경을 읽으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그런 훌륭한 사람들의 인생을 담은 책도 마찬가지지. 어떤 사람이 5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고 생각해봐. 나는 그 사람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 사람의 5년 공부를 순식간에 내 것으로 만들지. 세상에! 수학 공식 3개를 더 외워서 수학 문제 3개 더 맞추는 것과 비교해봐. 물론 수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어서 갖게 되는 현명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거야.

  책을 읽자.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너희들의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축복이 될 거야. 여유를 갖고, 진정한 재미를 알며, 세상을 바라보는 현명함을 지니게 된 너희들을 보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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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IVey
    2008/06/12 12:48
    우왓+_+ 책읽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제 주위에는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시는 분이 없었는데 말입니다ㅠ
    마지막에 5년공부를 순식간에 내것으로 만든다는 문장 멋져요+_+


## 글을 읽어주시는 고마운 님들께 ##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다시 한번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보니 녀석이 제게 보낸 메일에 "읽었읍니다"라고 되어 있군요. 이명박 꿈나무인가요... 라는 댓글을 보고 누군가 세태를 비꼬기 위해 그렇게 쓰신 줄 알았는데 진짜 메일에도 녀석이 그렇게 썼습니다.

아이를 보듬어주어야 한다, 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란 인간이 교사가 되길 포기한 것이겠죠.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을 이유로 교직으로 달려나가는데, 사범대를 졸업하면서도 교직을 포기한 것은 역시 여러분의 지적처럼 제가 부덕해서인 듯 합니다.

이 글은 저의 기분을 여러분과 나누어보고자 쓴 것,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번쯤 생각해보고자 쓴 글입니다. 글의 의도를 비껴나가는 댓글은 사양합니다.


  일하고 돌아와 메일을 확인했다. 하루종일 교생 때 가르쳤던 중학생들의 문자에 시달리고 왔는데, 메일함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메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 조금 희한한 내용의 메일이 있었다. 메일을 보낸 녀석은 우리반에서 제일 조용하고, 말을 안하기로 유명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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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나는 이번에 교생 실습이 끝나면서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모두 카드를 써주었다. (역시 나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무수한 비판(?)을 받았다.) 그 때 녀석에게 "세상과 부딪쳐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주었다. (물론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라,는 내용이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느낌을 받긴 했으나 일단 반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에게 교생의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편지였다. 그런데, 오늘 받은 메일의 내용은 조금 기가 막혔다.
안녕하세요.당신의 첫번째 제자 OOO군(XXXX)입니다.
선생님의 편지는 잘읽었읍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고할게 있군요.
ㅋ ㅋ ㅋ
저 원래 말, 잘해요.
큭 , 애나 어른이나 조용한척 하면 다 낚인다니까.
세계에 부딪치라 고요?
이미 부딪치고 있죠.
수없이........
전국1451명 중 831등[전국진단평가는 50위쯤{하나틀림}]
전교300명 중 14등
학급38명 중 2등
무모하다던 학원입학
그 후의 최상급반까지 진급
PracticalEnglishLevelTest
5학년에 초등2급수석통과
중1에 실용1급 120통과점 132점으로서통과
전 늘 세계와 싸우고 있어요.
인재는 많기에 승리를 위해
몸이 성하지 않은 곳이 없죠.
당신은 비웃겠죠. 서울대생이니까.
나의 미래는 당신과같은 과정을 밟는 것
승전보를 들을 때 까지
영원하시길 바랍니다.
[지극히 작은 일에도 충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충실하며
 지극히 작은일에도 부정직한 사람은 큰일에도 부정직하리라]
{루가16,10}
2008.6.2
P.S.다른 교생선생님들 통신처는 없나요?
(OOO : 01X-XXX-XXXX)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아이가 이렇게 비뚤어졌는지 모르겠다. 사실 교생실습이 시작할 때 담임 선생님께서 학생 명단과 사진을 보여주시며 우리반 1등을 찾아보라고 했을 때 내가 지목한 학생은 바로 이 녀석이었다. 물론 녀석은 몰랐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에 떡하니 달아놓은 모 종교의 경전 구절을 보고 녀석이 비뚤어진 원인을 거기서부터 찾고 싶지는 않다. 내 담당학생이 아니라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어서 녀석의 마음 속은 알 길이 없으나, 조금 서글픈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어째서 세상은 중학교 1학년생이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교생에게 하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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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이렇게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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