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타즈매니아 맥주를 한병씩 하고 잤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여자친구 집에서 자고 온 Jim과 함께 시내 드라이브를 나섰다. Cascade 양조장을 먼저 가려 했으나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해보니 오후 1시 30분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해서 먼저 Battery Point에 들렀다.
배터리 포인트는 나름대로 호바트 시내의 '오래된' 동네다. 그러나 내가 묵었던 Davey St. 에 늘어서있던 19세기 양식 건물들에 비해서는 그다지 역사적인 냄새가 나진 않아서 배터리 포인트에서 약간 내려가면 볼 수 있는 조그만 부두(?)에서 시간을 보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하늘은 푸르고, 바닷물(?)도 푸르고, 옛날에 사용된 부두도 예뻤다. 사진도 찍고 담배도 한대 피우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배터리 포인트에서 빠져나와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Salamanca Market(철자가 맞는지 모르겠다.)이다. 살라만카 시장은 토요일에 큰 장이 서는 곳이다. 그러나 우린 토요일에 내리는 비 속에서 자동차를 몰고 타즈매니아의 기나긴 도로를 달리고 있었기에 아쉽게도 그 멋진 구경거리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장이 서지 않은 살라만카 마켓도 볼 만 했다. 오래된 건물과 수십년묵은 가게들.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어떻게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허허;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Cascade 양조장으로 갔다. 론체스턴에 있는 유명한 양조장, Boags도 들렀으나 일요일이라 관람은 못하고 밖에서 사진만 찍었었다.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감동적인 이름의 Pub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말이다. Cascade 양조장은 마치 아쉬운 내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정말 마음에 드는 서비스로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 일찍 도착해서 Visitors House 뒤편에 마련된 정원에서 담배도 한대 피우고 하면서 놀다가 1시 30분에 들어가 간단한 브리핑을 받고 고글, 형광색 조끼를 착용한 후 양조장에 들어갔다.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드는 과정이라던가, 맥주의 종류에 따른 차이, 맛의 차이, 그리고 한국의 H모 맥주 회사의 광고처럼 '천연 암반수'로 만들었다는 자기네 자랑까지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래는 그에 관련된 사진들이다.
그리고 나와선... 훗. 물론 양조장 견학의 최고 이벤트! 시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 Rialto 호텔에서 일할 때 미니바에서 넣어준 "Cascade Premium Larger" 밖에 안먹어봐서 기껏해야 병맥주랑 저거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CASCADE에서 만드는 맥주의 종류가 꽤 있었다. 처음에 들어갈때 병뚜껑 세개를 받았는데 이걸로 맥주를 한잔씩 받아서 마셔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핫핫핫. 그래서 민과 Jim, 그리고 나 3명의 9잔을 모아 거의다 내가 마셨다. -_- (Jim이 운전을 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
그렇게, 그렇게 타즈매니아 여행이 끝났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기전 마지막으로 했던 여행. 드넓은 벌판과 높은 산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비내리는 도로. 정확히 언어로써 표현하기엔 너무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내 마음속어딘가가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다.
무협지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진정한 검의 고수가 되면 더이상 '좋은' 검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심검(心劍)의 경지에 이르면 손가락을 흔드는 것 만으로도, 나뭇가지를 부드럽게 휘두르는 것 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손가락이나 나뭇가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자랑이 아니라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이길 만큼 강해져 버렸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항상 칼을 갈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뒷받침하는 칼은 결코 예리하고 날선 것이기 보다는 나뭇가지나 손가락과 같은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타즈매니아에서 본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모습들은 내가 갈고 있었던 칼을 부끄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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