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일이 끝났다.
조마조마 하면서 봤던 인터뷰, Dewi, Christina, Paula의 트레이닝, 처음 혼자 일하게 되었던 날, 한달마다 있었던 스탭 부페 등이 모두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다. 마지막까지 호텔이 언제 문 닫을지 확실지 않아 좀 힘들었으나 결국 적당한 시기에 끝났다.
이제 더 이상 벨을 누르며 "Housekeeping!" 하거나 손님에게 "May I clean your room, sir?" 하고 묻지 않아도 된다. 5번을 눌러서 오피스에 VD룸에 대해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스토어룸에 뭐가 없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내 층의 슈퍼바이저가 Stella인지 Chairmain인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 인생에 앞으로 호텔에서 Room Attendant로서 일할 수 있는 경험은 아마 없을 것이다. 넉달이라는 기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지만 갖가지 추억들을 만들었던 것 같다. 슈퍼바이저 몰래 방에 앉아 담배도 피우고, 오전에 방을 많이 끝내고 나면 오후에 빈방에서 30분간 낮잠도 즐기고, 일찍 끝내고 다른 일하는 아줌마들과 함께 매니저의 눈을 피해 숨어다니며 수다나 떠는 그런 것들... 아마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고 계속 나로 하여금 미소짓게 할 것 같다.
여러가지 멍청한(?) 짓들로 인해 돈도 얼마 못 모아서 마음 먹었던 여행을 즐기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호주에서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 - 나 호주 올 때 단돈 80만원 들고 왔다. - 에 내 스스로 만족한다. 물론 언제나 시간이 지난 뒤에는 후회가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그렇게 후회할 수 있었던 것 조차 내가 더 많은 기회를 만들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선택지를 많이 만들 수 없었다면 후회도 없었을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나의 호주에서 살아남기는 이제 끝난 것 같다. 남은 한달 동안은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평소 하고 싶었던 것도 하고 구경도 하고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 Dai군과 함께 이제 "Survival Game"의 시작이라고 길거리에서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땐 정말 돈도 없고, 집도 없고 힘들었었는데 말이지... 허허허;;;
마지막으로 호텔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몇 장 올려 본다.
1. 내가 늘 옷을 갈아입던 락커룸이다.
2. 아침에 받는 오늘 일할 목록이다. 내 이름과 크레딧(1 Credit=30분) 그리고 끝나는 시각이 적혀있다. 그리고 룸번호와 방종류, 묵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 있고 방 상태가 있다. VD는 빈방이고 청소가 끝나면 VR(Vacant Ready)가 된다. 몇명이 묵고 있는가도 적혀 있다. 909호는 VIP룸이라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며 얼그레이티를 더 주도록 되어 있다.
3. 복도다. Winfield 9층이다. 저 끝에 내가 저번에 닭짓을 한 "수영장"이 있다.
4. 진공청소기다. 진공청소기는 7층에 있는 것이 제일 좋다.
5. Public Area를 청소하던 Josh와 함께 찍은 사진. Suzie가 찍어서 어두운데다 옆으로 비뚤어지기까지 했다. -_-
6. 스토어 룸이다. 층마다 있으며 안에는 시트와 수건, 그리고 기타 방에 들어가는 모든 물품들이 들어있다. 지금 보이는 것은 Bath Mat, King Sheet, Pillow Case, Hand Towel, Face Towel, Bath Robe 등이다.
7. 스토어 룸 안에 있는 전등 스위치와 전화기다. 아침에 빈방이 없거나 스토어 룸에 어제 주문한 물품들이 도착하지 않았을 때 오피스에 전화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녀석이다.
8. FL이다. House Keeping Department가 있는 곳이고 쓰레기 장도 있다. 왼쪽으로 가면 우리 모두의 휴식처, 흡연장소도 있다. 아침마다 커피를 하나 들고 Suzie, Dai와 함께 브리핑 전에 얼른 뛰어가서 담배 한대 피우는 곳이다.
9. 오피스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편에 늘어서 있는 빨간색의 물체(?)들이 Linen을 담아두는 곳이다. 깨끗하게 세탁한 수건이나 시트들이 쌓여있고 아침마다 House Man이 각 스토어룸으로 옮긴다. 브리핑이 끝나면 옹기종기 모여 오늘의 보드(위에서 봤던 것)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10. 아침마다 브리핑을 하는 Linen Room이다. 한중간에 Graham이 서서 오늘 우리가 배정받은 Staying(Occupied) Room과 Depature Room의 갯수를 말해주고 특별히 청소해야 할 점이나 고객의 컴플레인, 혹은 칭찬 등을 전해준다. 물론 센스있는 농담도 잊지 않고 말이다. 브리핑이 끝나고 언제나 하는 그의 멘트, "That's it! Have fun!"이 그리워질 것 같다.
11. (이 사진은 크기 변경이 안되서 용량이 좀 많아 올리는 데 오래 걸렸다.) 우리가 출입하는 Staff Door다. 왼쪽에 카드키를 긁고 들어간다.
그리워 질 것이다. 그리워 할 것이다.
배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고, 잃고 싶지 않은 것도 많다.
내가 Rialto Hotel on Collins에 들어가서 호주에서 살아남기에 성공했던 그 노력 그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국에서 이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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