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JB-Hifi의 마지막 세일을 틈타 <아메리칸 히스토리 X>를 단돈 10불에 사버렸다. <파이트 클럽> 이후 에드워드 노튼의 팬이 되어버렸기에 그의 '걸작'이라 불리는 이 영화를 사는데 주저함 따윈 전혀 없었다.
영화의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Derek(에드워드 노트 분)은 인종주의자다. 그러나 단순한 인종주의자를 넘어 백인 우월주의자 모임 DOC의 카리스마적인 존재가 된다. 자기집에 들어온 3명의 흑인 중 한명을 쏘아 죽이고 한명을 밟아(!) 죽인 후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출소한 후 말이다. 그의 동생 Danny(에드워드 펄롱 분)는 그런 형을 자신의 영웅으로 삼고 형의 복역기간 동안 철저히 형의 전철을 밟아 나간다. 그러나 돌아온 Derek은 더이상 인종주의자이길 포기하고 DOC의 파티에서 그들의 '이론적 서포터'를 밟아준 후 그곳을 빠져나와 Danny에게 자기가 겪었던 일들과 깨달음을 들려준다. 서로를 이해한 형제는 뭔가 올바른 삶을 추구하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렇듯 아름답게 끝나진 않는다.
인종차별주의라던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나 에드워드 펄롱의 외모(!)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읽어볼 수 있으니 여기선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 하나가 바뀐다는 것이 과연 그렇게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말이다. Danny는 형의 진심어린 이야기에 공감하여 그의 레포트 <American History X>를 완성한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형과 헤어지자마자 며칠전 단순한 말다툼이 있었을 뿐인 흑인에게 총맞아 죽고 만다. 총을 쏜 흑인 아이도 당황하고 총 맞은 Danny도 당황하며 죽는다. 말그대로 '말다툼'한 것으로 사람을 죽여버린 것이다.
Danny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배척하고 싫어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 깨달음을 레포트에 담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이에게 죽고 말았다. 그의 깨달음은 대체 무슨 의미를 갖게 되었을까? 아마 이걸 다른 DOC 멤버들이 전해 듣는 다면 '역시 깜둥이들은 답이 없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개과천선(?)한 Derek 역시 아무이유없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총맞아 죽은 아우를 안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뭔가에 대한 깨달음을 갖고 진심으로 그것을 실천하려 하는 순간 내쪽에 있던 사람은 나를 배신자로 몰고 반대쪽에 있던 사람은 나의 순수한 의도를 의심한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더 열심히 해야지, 라고 하는 것은 대단한 성인이나 가능한 일이다. 우리같은 평범한 인간들은 결국 포기하게 마련이다. 이쪽에 담고 있던 몸을 쉽사리 빼내지 않게 된다. Derek은 인종주의자이기를 포기한 자신이 오히려 DOC에서 '신'급으로 모셔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진심을 아는 순간 도리어 총을 들이대는 모습도 본다. 이 딜레마를 뛰어넘으려면 우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해지라는 것, 이겨내라는 것은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같은 범인에게 답이 될 수 없다. 그게 되면 왜 이렇게 지지리 궁상맞게 살고 있겠는가 말이다.
마지막으로 DVD 자켓에 있던 멋진 말을 옮긴다. 난 여기에 그냥 꽂혀버렸다.
His father taught him to hate.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증오를 가르쳤다.)
His friends taught him rage.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분노를 가르쳤다.)
His enemies gave him hope. (그의 적들은 그에게 희망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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